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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명이 모아도
헌법 26조는 모든 국민에게 국가기관에 청원할 권리를 주고, 국가에는 그 청원을 심사할 의무를 지웁니다. 그 권리를 온라인으로 쓰는 창구가 국회 국민동의청원입니다. 30일 안에 5만 명이 동의하면 국회에 정식으로 접수되고, 소관 상임위원회로 넘어갑니다. 그다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국회가 공개한 자료로 따라가 봤습니다.
5만 명을 넘긴 것만 따로 세면
위의 숫자에는 국회의원이 소개해서 올린 청원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서명을 부탁하고 다니며 모으는 것은 국민동의청원 하나뿐입니다. 30일 안에 5만 명이라는 문을 실제로 넘은 것만 따로 세면 이렇게 됩니다. 세 대수를 합쳐 413건이고, 22대 296건에 찍힌 동의가 모두 16,070,701명분입니다.
끝난 국회를 보면 더 분명합니다. 21대에서 5만 명을 넘긴 110건 가운데 99건이 임기만료폐기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원안대로 가결된 것은 0건입니다. 아래 표에 원안가결 4건이 찍혀 있지만, 그 4건은 모두 국회의원이 소개해 올린 청원입니다. 국민이 5만 명을 모아 올린 청원 가운데 원안대로 통과된 것은 20대부터 지금까지 하나도 없습니다.
국회가 끝나면 청원도 끝난다
세 대수에 접수된 청원은 모두 750건입니다. 그중 327건이 임기만료폐기로 끝났습니다. 심사해서 내린 결론이 아니라,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으로 사라진 것입니다. 21대에서는 처리된 194건 가운데 161건이 이렇게 끝났습니다.
| 국회 | 접수 | 임기만료폐기 | 본회의불부의 | 대안반영폐기 | 원안가결 | 철회 | 아직 계류 |
|---|---|---|---|---|---|---|---|
| 20대 | 207 | 166 | 35 | 2 | 4 | 0 | — |
| 21대 | 194 | 161 | 24 | 8 | 0 | 1 | — |
| 22대 | 349 | 0 | 14 | 4 | 0 | 1 | 330 |
대안반영폐기는 같은 내용이 다른 법안에 담겨 청원 자체는 폐기된 경우입니다. 폐기라는 말이 붙지만 뜻이 반영된 쪽에 가깝습니다. 본회의불부의는 위원회가 본회의에 올리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국회법은 90일이라고 적혀 있다
국회법 제125조는 위원회가 청원을 회부받은 날부터 90일 안에 심사 결과를 의장에게 보고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한 번에 한해 60일까지 늘릴 수 있습니다. 지금 걸려 있는 330건 가운데 261건이 90일을 넘겼고, 연장을 다 썼다고 쳐도 넘는 150일 초과가 253건입니다. 어느 청원이 실제로 연장됐는지는 국회가 공개한 자료에 나오지 않아, 두 숫자를 함께 적습니다.
다만 기한을 넘긴 것이 곧 법을 어긴 것은 아닙니다. 같은 조 제6항은 오래 심사해야 하는 청원이라면 위원회가 의결해서 기간을 더 늘려 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해 두었고, 그 횟수와 길이에는 한도가 적혀 있지 않습니다. 90일이라는 숫자와, 그 숫자를 넘겨도 되는 길이 한 조문 안에 나란히 있는 셈입니다.
| 소관위원회 | 계류 | 90일 초과 | 가장 오래 묵은 것(일) |
|---|---|---|---|
| 법제사법위원회 | 116 | 107 | 834 |
| 행정안전위원회 | 54 | 44 | 841 |
| 교육위원회 | 20 | 18 | 825 |
| 보건복지위원회 | 18 | 12 | 841 |
|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 18 | 11 | 701 |
| 재정경제기획위원회 | 17 | 12 | 617 |
| 아직 회부되지 않음 | 14 | 0 | — |
|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 12 | 9 | 656 |
| 정무위원회 | 11 | 9 | 822 |
| 국방위원회 | 10 | 7 | 822 |
|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 10 | 6 | 799 |
| 국회운영위원회 | 10 | 8 | 772 |
| 국토교통위원회 | 8 | 6 | 526 |
| 외교통일위원회 | 4 | 4 | 822 |
| 문화체육관광위원회 | 3 | 3 | 793 |
| 성평등가족위원회 | 3 | 3 | 728 |
| 정보위원회 | 2 | 2 | 587 |
가장 오래 기다린 열 건
회부된 날부터 국회 자료 기준일까지 센 날수입니다. 제목을 누르면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의 원문으로 갑니다.
- 841일21대22대 총선및 대선, 지방선거 등 과거 선거 부정선거 전수조사에 관한 청원
- 841일폰히펠린다우증후군의 치료제인 MSD사 웰리렉의 보험급여 적용 요청에 관한 청원
- 839일위성정당 설립허가 금지를 위한 정당법 일부개정법률안에 관한 입법청원
- 834일교제폭력 관련 제도 개선 요청에 관한 청원
- 828일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 825일교육부의 2025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유보에 관한 청원
- 822일무분별한 해외 직구 규제 반대와 KC인증 국영화에 관한 청원
- 822일정부의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 따른 해외직구 차단 범위의 합리적 제한 요청에 관한 청원
- 822일제 12보병사단 훈련병 사망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규정과 법 제정에 관한 청원
- 822일대북전단 살포 금지에 관한 청원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인 열 건
모두 아직 계류 중입니다. 목록을 보면 서로 정반대를 요구하는 청원이 나란히 있습니다. 같은 제도를 두고 양쪽이 각각 10만 명을 모은 것입니다. 이 지면은 어느 쪽이 옳은지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만한 수가 모여도 절차는 똑같이 멈춰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 116,198대주주 양도소득세 하향 반대에 관한 청원
- 114,403헌법과 법률을 유린한 국민의힘 정당 해산에 관한 청원
- 113,039대통령 재판중지법 폐지에 관한 청원
- 113,019이재명 탄핵에 관한 청원
- 108,709더불어민주당 위헌정당 해산심판 요청에 관한 청원
- 105,300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 104,707국가보안법 폐지 철회에 관한 청원
- 97,834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와 내란죄 수사를 위한 특검법 제정 촉구에 관한 청원
- 86,429이준석 의원의 의원직 제명에 관한 청원
- 84,141헌법재판소 판사탄핵에 관한 청원
이 숫자를 읽는 법
청원이 통과되지 않았다고 해서 국회가 일을 안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청원 내용이 이미 법으로 있거나, 서로 충돌하거나, 국회 권한 밖인 경우도 있습니다. 대안반영폐기처럼 뜻이 다른 법안에 담긴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심사 기한이 지켜지지 않는 것과, 임기가 끝나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내용과 상관없는 절차의 문제입니다.
헌법은 국가에 청원을 심사할 의무를 지웠습니다. 그런데 심사하지 않고 임기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처리 방식이 되어 있습니다. 기한을 넘긴 데 대한 벌칙이 없다면, 그 의무는 무엇으로 지켜질까요.
출처 — 열린국회정보 오픈API(국회사무처) 청원 접수목록·심사정보·처리현황·계류현황. 매주 월요일 새로 받아 이 지면을 다시 굽습니다. 처리결과 표기는 띄어쓰기와 법문 표기를 하나로 맞췄고 원본 표기도 자료에 남겨 두었습니다. 20·21대 자료에서 동의자 수가 10만 명에 닿은 건은 당시 기록 방식 때문에 모두 100,000으로만 적혀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요구하는 청원인가
이 지면은 절차만 셉니다. 청원 하나하나가 무엇을 요구하고 청원인이 어떤 말로 썼는지는 지금 국회에 올라온 목소리에 카드로 늘어놓았습니다. 요구 한 줄, 국회가 정리한 요지, 청원인이 직접 쓴 말을 함께 실었습니다. 서로 반대되는 청원은 나란히 볼 수 있게 서로 걸어 두었습니다.